숨은 도인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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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숨은 도인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일) 10 16, 2016 6:03 am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아는 스님 한분은 도량 불사를 함에 있어
온 정성을 다받쳐서 소위 말하는 대작불사를
단시간에 이루었습니다.

큰 시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염불하고 기도하며 이룬 불사라
참으로 장하고 훌륭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오늘 잠시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아마도 처음 삭발염의하고 절이 없이
이 절 저 절을 맡아 돌아다니면서
어지간히 시달리고 힘들었던가 봅니다.

그렇다 보니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운운하듯
내가 부처님 모실 작은 공간에 방 한칸이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하는 신념으로
시작한 불사가 오늘의 대작불사로 이어졌으니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이
바탕이 되었기에 평생을 불사에 매진하는가 봅니다.

요즘에 와서도 여전히 어디에 무엇을 짓고
어디에 무엇을 만들고 탑과 종각을 어디에 세우며
등등의 여러가지 구상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불사 계획에만 마음이 있지 않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의연하게 갈 준비를 하고자
대방광불화엄경을 세필 붓으로 사경을 하면서
기도와 정진 또한 보통 사람의 정도를 넘으니
참으로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경을 하는 중에 비몽사몽으로
화엄경 구절에서 황금색 방광이 일어나면서
부처 불자에서는 부처님이 나투시고
보살 명호에서는 보살이 나투시며
신중과 여러 종종미묘한 물상들의 글에서도
각각 법을 설하는 미묘한 체험을 하였다 하니
참으로 숨은 도인을 찾으라 하면 그런 분들이
숨은 도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사경한 화엄경 입법계품을 내보이는데
글씨가 반듯하고 단정한 것이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사경에 임하고 있는지를 대번에 알것 같습니다.

종단에 일을 본다 하는 큰스님 원장스님 등등
허망한 이름에 기웃거리거나 연연하지 않고
오직 불제자로서의 도리를 다하며
자기 내면의 뜨락을 열심히 가꾸면서
알차게 살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환희심이 납니다.

문수성행록에 나오는 글 하나 읽습니다.

환우화상이 문수동자의 경책을 듣다

조선 중엽에 금강산에 환우(幻愚)화상이 있었는데
문하에는 수많은 대중이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서울 사는 어떤 대감이
금강산을 구경하다가 환우화상을 만나고,
그들이 검소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크게 느낀 바 있어 환우화상에게,
「한번 서울에 오시어서 내 집에 다녀가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다녀간 뒤에 대중은 그 소식을 듣고 화상에게 여쭈었다.
「노스님께서 서울 대감댁에 한번 오시면
우리의 어려운 생활에 얼마쯤 도움이 될 줄 생각합니다. 」

화상은
「산에 있는 중이 죽이 되나 밥이 되나
생기는 대로 먹고 지내지,
시주의 것을 바라는 것이 옳지 못하다. 」
고 생각하였으므로 대중의 청을 듣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대중이 여러 번 간청하므로
마지 못하여 하루는 길을 떠나
서울까지 가서 그 대감댁을 찾아갔다.

대감은 환우화상이 찾아온 것이
하도 반가워서 상좌에 맞아들이고,
그 동안 막혔던 회포를 말하였다.
그리고 우선 안으로 들어가서
차담을 마련하라고 이르고 있었다.

대감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벽
장문이 열리면서 삼척동자가 나오더니
큰 소리로 타이르는 것이었다.

「환우 노장 ! 금강산에는 솔잎도 없소?
풀뿌리거나 솔잎이거나 닥치는 대로 배를 채우면 그만이지,
그 밥그릇을 떠났단 말이오! 」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화상은 생전 처음으로
시주를 찾아온 것이 한없이 미안하던 차에
동자의 형상 없는 방망이를 맞고는 홀연히 깨닫고
곧 일어나서 금강산으로 돌아왔다.

대중은 화상의 말씀을 듣고,
화상의 일평생 청렴한 마음을
문수동자가 알고 경책한 것이라 생각하고
화상의 도덕을 못내 우러러보았다.

안방에서 나온 대감은 화상이 떠난 것을 알고,
도인을 접대하여 본 경험이 없는 자기의 태도가
화상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았는가 생각하여,
미안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그 후부터 해마다 철을 맞추어
쌀과 옷감과 수도에 필요한 도구를 말에 실어서
금강산으로 보냈다 한다.

다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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