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합창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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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자연의 합창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수) 04 19, 2017 5:54 am

지난해 낙엽으로 져서
빈자리가 되었어야 할 느티나무에
아직도 지난 가을 져야 할
누런 이파리가 떨어 지지 않았는데
요며칠 연초록색이 돌더니
푸른 잎이 제법 자랐습니다.

결국 한집안의 동거라 할까요.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이 되었어도
원숭이가 아직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
그런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자연도 철을 잘 모르는지
이 모든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징조를 보입니다.

동시다발로 피어 났던 봄꽃의 대표들
벚꽃과 목련 산벚꽃 등이 꽃잎을 떨구고
요술 부리듯 푸른 색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도량에는 울릉도 왕벚꽃이 붉은 빛으로 피어납니다.

내가 알기로 울릉도 왕벚꽃은
겹으로 꽃이 핀다 해서
겹사구라 라고 불린다 알고 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나
일단 세간의 벚꽃이 활짝 피어나던 시절에는
얌전히 있다가 늦게사 나도 벚꽃이야
하고 붉고 소담하게 피어 나는
우리 절의 귀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DSC_0844.jpg
DSC_0844.jpg (557.03 KiB) 15 번째 조회

늦게 피는 까닭에 올해는 사월 초파일날
방문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듯 싶습니다.

저녁 상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두릅을 데쳐서 된장에 버무렸고
울릉도 취를 뜯어서 나물을 만들고
부추를 잘라서 만든 부추나물과
살이 도톰하게 오른 표고를 데쳐서
찬으로 올려 놓고 공양하며
지난 해 저장한 무로 만든 생채까지 하여
모두가 자연 속에서 그대로 얻어 낸
보물같은 식탁입니다.

여기에 고소나물까지 얹혀지고
막 웃자라 오르는 상추와 아욱
쑥갓과 케일만 있으면 금상첨화입니다.

이 한몸 이 자리에 머물기까지
이렇게 참으로 무수한 인연의 베품과 나눔이
함께 하고 있음을 생각합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은혜로워서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마음입니다.

남의 손 빌리거나 의지하지 않고
내 손으로 내가 수저 들고 밥 먹고
내가 손수 해우소의 근심 처리를 하는 것
이것처럼 큰 축복과 행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억만금을 가지고도 한푼 제대로 쓰지 못하며
보배 황금산을 가졌어도 그림의 떡에 불과한
그런 재물과 권세와 재산을 모으고자
무얼 그리 죽기 살기로 애를 쓰고 사는지.

불나방같은 신세인데도 불구하고
벼라별 입과 귀에 발린 거짓말로
국민을 어린 애 우롱하듯 하는 정치인들과
죽어서도 제명에 죽지 못하는 재벌등
그런 인생사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하며
죽어서도 자리를 내주지 못하고
그 자리를 고수하는 나무 이파리에서
자연계의 순환하는 이치를 거스르고
무엇이 되려는지
2017년 4월은 정말로 알지 못할 그 무엇입니다.

자연은 무심히 오고 가는데
사람만 이렇게 시비분별에 편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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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상왕산 원효사 심우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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