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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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봄이 오는 소리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화) 01 31, 2017 7:16 am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귀의삼보 하옵고

절에는 봄이 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리는 전령사가 있습니다.

겨울 매화의 꽃망울이 먼저 떠 오르는데
그것 말고도 또 하나가 있으니
그것은 기왓골의 얼음덩어리입니다

그것은 기왓골에 쌓인 눈이 얼었다가
날이 풀리면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는데
오늘 하루 어지간히 내려 쏟습니다.

일단은 동녁으로 있는 기왓골의 얼음은
여러 날 전에 다 내려 온듯 하고
오늘은 서쪽으로 향한 기왓골의 얼음이
쏟아져 내려 오느라 우르르 소리가 났으니
며칠 지나면 북쪽 방향의 기왓골에서
다시 한번 한차례 요란한 굉음이 있을것입니다.

남쪽으로는 아예 얼음이 얼지 않고
햇살에 녹아서 물이 되어 내리니 다행인데
동쪽과 서쪽의 얼음은 높이에 따른 낙차가 있어서
자칫 하다가는 사람이 부상할 수도 있고
차량이 손상될 수 있을만큼 위협적입니다.

오늘도 이십여차례 나가서
쏟아진 얼음과 눈을 치우며
이 노래를 생각합니다.

봄처녀 제 오시네
[1절]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2절]
님찾아 가는길에
내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물어 볼까나.......

이제 이번 주말인 2월 4일이면
벌써 정유년 입춘일입니다.

아무리 동장군이 기를 쓰고 위세를 부려도
하늘이 운행하는 천도의 기운을 따라서
은근슬쩍 봄처녀에게로 자리를 내줄 것입니다.

이 때를 맞아 입춘방 혹은 입춘축이라 하여
활달한 글씨로 써서 대문이나 방문 위에 붙이는데
그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대개는 이러합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손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수여산 부여해
(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모이라.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

거천재 래백복
(去千災 來百福)

온갖 재앙은 가고
모든 복은 오라.

재종춘설소 복축하운흥
(災從春雪消 福逐夏雲興)

재난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복은 여름 구름처럼 일어나라.

DSC_0407.jpg
DSC_0407.jpg (210.64 KiB) 29 번째 조회

이 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으니 적어 봅니다.

國泰民安 家給人足
국태민안 가급인족

風順雨調 時和年豊
풍순우조 시화연풍

堯之日月 舜之乾坤
요지일월 순지건곤

到門前增富貴
도문전증부귀

春光先到古人家
춘광선도고인가

一家和氣滿門楯
일가화기만문순

春色江山漸看新
춘색강산점간신

天下太平春 四方無一事
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

天增歲月人增壽 春萬乾坤福滿家
천증세월인증수 춘만건곤복만가

조선 말엽에 북학의 라는 책을 지은
대학자 초정 박제가가 길을 지나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서울 장동 김노경의 집 앞에서
발걸음이 저절로 멎어지게 되었는데
그것은 대문에 붙여진 입춘축 때문이었습니다.

입춘대길
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
효자충신
이라 어눌하게 삐뚤빼뚤 쓰여진 글씨지만
한 눈에 범상치 않음을 느낀 박제가는
그 글씨의 주인공을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집주인 김노경은 뜻밖에 찾아온 손님이
유명한 학자인 박제가임을 단번에 알아보고
반가이 맞았습니다.

“초정 선생께서 웬일이십니까?”

“다름이 아니라 저 입춘방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여….”
“제 큰아이의 글씨입니다만…?”

박제가는 그 글씨가 겨우 여섯 살 난 어린 김정희의 글씨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놀랐습니다.
박제가는 김정희가 자라면 자신이 가르쳐 보겠노라고 청하였다 합니다.

여섯살 난 김정희의 글씨가 얼마나 훌륭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들의 글씨를 대문에 붙여 놓은
김노경이라는 분도 대단하고 그 치기 어린 글씨를 보면서 앞으로 대성할 수 있는 소질을 발견한
박제가라는 분도 대단한 분입니다.

올해는 우리 불자님들 가정에 자라나는 어린 사람들에게 붓이나 붓펜 아니면 매직을 쥐어 주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직접 쓰게 하여 대문이나 현관에 붙여 주는 것은 어떨까요.

삐뚤 빼뚤 격이 덜 맞을지 몰라도 아가들의 순수한 마음의 기운이 응집된 글에
봄은 한가득 복과 지혜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요.

우선 원효유치원 아가들에게도 한번 적어보라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박제가 같은 귀인을 만나 김정희같이 훌륭하게 성장하게 될지 모르고
또 수시로 집을 드나드는 어린 사람들은 제가 쓴 글이 오랜동안 붙여 있음을 보며
금석문과 세한도의 꿈을 키워 나갈지 모릅니다.

봄 생각만 해도 즐거운 봄
입춘대길로 사행시 지어볼까요.

입: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아요.
춘: 춘궁기에 어려운 사람들을.
대: 대통령은 국민들을 위하여 속히
길: 길을 열고 소통하여 국가 안정 이루기를.

다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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