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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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수) 01 25, 2017 9:07 am

DSC_0348.jpg
DSC_0348.jpg (49.76 KiB) 30 번째 조회


지난 일요일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강남 역 부근의 모 예식장에.
잘 아는 대학 절친의 여혼이 있어서.
가고 오면서
좋은 것만 보려 노력하였지요.

그런데 터미널에서 그만
보지 않아도 좋을 일을 보았지요
택시를 타고 행선지를 말하자
거기 안 갑니다 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왜 안갑니까
어딘지 잘 모릅니다.
혹시 차에 네비는 없나요?
없습니다.
다른 차를 타세요.

남의 영업 방해를 할 수 없어서
차에서 하릴없이 내렸습니다.

두번째 세번째 차도
탈 수가 없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눈 치우다 미끄러져
시큰거리는 발목으로
전철을 탈까 하고 생각하는데

네번째 차는 일단 타세요
하고 예식장 전화번호를 묻습니다.

차 운행중에 검색을 하여 알려주니
그곳으로 전화를 하여 도착하였습니다.

굳이 안들어도 될 말
다른 차를 타세요 라는 승차 거부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행선지가 짧아서 그런 것인지.
돈이 안되어 그러는 것인지.
스님이라 안태우겠다는 것인지.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가족에게 한마디 듣고 나왔는지.
뒤가 급했는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지.

ㅎㅎ 일단 타세요 라고 한
네번째 기사의 친절은
까맣게 잊어 버리고 비맞은 뭐처럼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예식이 마쳐지고 지인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가자 하는 것을
늦으면 공주에 도착해 밤중이라
핑게를 대고 내려 왔습니다.

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앞서 만난 세명의 기사들은
모두 무언가에 화가 난 듯 보였습니다.

나 때문에 화가 났다면
참으로 미안한 일인데
그게 아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불친절하게
승객을 대하였는지 알길은 없습니다.

예식장 앞에서 탄 택시기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 이것은 심각한 것입니다.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승차거부라니요
하며 나보다 더 속이 상해 합니다.

그 기사들만 화 나 있는게 아니고
나도 너도 우리 국민들도 지금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화를 품고 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화를 영어로 앵거anger라고 한다나요.
그 앵거에 알파벳 디를 하나 붙이면
데인저danger 즉 위험, 위기, 경고, 우려 라 한답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깊은 강에 엷은 얼음을 딛고
먼 길 가는 것 같은 위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개인이나 나라나 세계의 흐름이나
여리박빙의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심操心 입니다.

화를 가라앉혀서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모든 일에 조심하고 삼가하며
자기를 낮추고 겸허해 지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파악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올바른 판단과
최선을 통한 노력만이 이 데인저러스 한 상황을
그나마 이겨내고 건널 수 있습니다.

기사들이 화 나 있다고 느낀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 국민은 자기 스스로를 돌아 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로 알아 보는데
작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상황입니다.

마치 윤집궐중 하듯 말이지요.

화가 나 있다는 말은 곧 위험이고
사고로 이어 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지닙니다.

택시 기사가 화가 나 있다면
차량 사고가 예상되는 것이고

정치인이 화가 나 있다면
나라가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며

내가 화가 나 있다고 한다면
나 스스로 파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그 일어 난 화를 알아 채지도 못하고
바로 보고 다스릴 수 있는 조심을 하지 못하면
이것이 사회병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화를 내게 되면
상대가 상처를 받기도 전에
화를 낸 사람이 먼저 위태로워 집니다.

수행자가 한번 화를 참지 못하면
오랜 수행의 결과를 한꺼번에 잃어버리듯이
우리가 공들여 쌓아 놓은 금자탑도 한순간입니다.

금강산 홍도비구 이야기처럼.

우리 국민이 마음에 품은
분노 혹은 화를 내려 놓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단 무의식 속에 품은 화는
가슴에 품은 비수와도 같아서
언제든 자기를 상하게 하는 무기가 됨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남들이 나를 화나게 한다
라고 보통 사람들은 말 하지만
이 화라는 것은 내 안에서 일어 나
밖으로 퍼져 나가는 전염성과 폭발력이 있습니다.

결코 밖에 그 원인이 있다
말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화를 일으켜 폭발하고
어떤 사람은 그 충격을 적게 받으며
쉽게 극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

법구경에 이렇게 나옵니다.

입을 조심하라
뜻을 조심하라
몸을 조심하라
이렇게 하는 사람은 능히 도를 얻는다

수구섭의신막범 여시행자능득도
守口攝意身莫犯 如是行者能得道

이 가르침이 곧
화를 억제하고
탐욕을 줄이며
어리석음을 돌이켜
지혜의 길로 나아가라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이
한순간에 훅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조심스레 입을 열어
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하지요.

우리는 물려 간 것이 아니라
범의 입안에 절반은 들어 간 상태라 보고
그 범을 상대로 한바탕 드잡이질 하며
온 힘을 써야 할 때입니다.

이제 이 추위 한고비 지나면
매화나무 꽃망울이 벙글거리며 피어나
그 향기가 온 누리에 퍼질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처럼 우리가 지금 겪는 고난과 어려움이
우리를 더욱 더 살지게 하는 밑거름이라 여겨
가일층 분발하고 노력해 나아 가십시다.

다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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