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한살림입니다.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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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하루가 한살림입니다.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화) 01 10, 2017 6:21 am

모처럼 새해 인사를 하겠다고
제자가 늦은 시간에 방문하여 왔습니다.

아무래도 월급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생활이 어렵지는 않으냐 물으니 답 합니다.

스님 넉넉하지는 않아도
생활 할만큼은 줍니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위를 쳐다보기보다
저보다 더 작게 받는 동료를 생각하면
이것도 감사하다 하는 생각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동기들 가운데 만나 보면
모 단체의 임원을 한다는 친구가
년봉 얼마 라고 기를 죽이는 때도 있지만
년봉이 많은 만큼 그 친구 고단함도
적지 않으리라 여겨져서
저는 평생 가도 만지기 어려운 돈을
년봉으로 받는다는 친구들이
그다지 부럽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이만큼이라도 감사하고 사니
아이들이 공부도 저절로 해 주고
집사람 역시 작은 일을 해서 보태며
시골 계신 부모님 건강하셔서
농사 지으시고 쌀이며 채소 가져다 주시니
이보다 더 행복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동료들 가운데도 상상하기 어려운
경제를 이루고 사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그들은 그만큼 자기 재물을 지키느라
어려움도 없지 않을 것이니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
이것이 잘 사는 방법인 듯 싶습니다.

제자의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부처님이 소욕지족 하라 하시는
무상 법문이 우리 제자의 마음에서
펼쳐져 나오고 있구나 싶습니다.

나는 그런 제자의 말을
들으면서 행복하였으니
오늘 농사는 잘 지었습니다.

이런 게송이 있습니다.

아유일권경 불인지묵성
전개무일자 상방대광명

내게 한권 경전이 있는데
종이나 먹으로 이루어 지지 않았네
또한 경을 펴도 글자 한자 없는데
항상 대광명을 발한다네
라는 의미로 풀어 볼 것입니다.

경전은 종이와 먹으로 이뤄지고
펼치면 가르침이 가득해야 하는데
글자 한자 박혀 있지 않으면서
항상 큰 광명을 발하는 경전은 무슨경일까요.

바로 심경 즉 마음 경입니다.

이 마음이라는 경전은 형체도 없고
모양이나 색깔이나 무게가 없음에도
자유자재하고 무궁한 신통묘용이
마치 광명을 나투는 해같이 쏟아집니다.

이 마음 경전을 잘 간수하고
잘 활용하기로 말한다면
히말라야산만큼 커다란 다이아몬드보다
더한 가치가 창출되어 나오고
이 마음 광명 하나 잘 밝히면
구원겁의 어둠이 한순간에 밝아지니
우리 제자는 이 마음 경을 잘 활용하는
보살도의 주인공입니다.

누가 묻기를 지금 심경이 어떠십니까
하고 물으면 복잡하고 어지럽다 할게 아니고
항상 광명을 발한다 라고 점잖게 말할 수 있어야
나이 오십 줄에 든 사람의 답이 됩니다.

나이 오십줄이나 넘어서도
여전히 헐떡이는 마음 쉬지 못한다면
그는 자기 마음에 핵심 경전인 심경의 가치를
올바로 갈고 닦고 드러내지 못한 사람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욕심을 비우면
충만한 기쁨이 마치 샘솟듯 하는데
그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바람에
밥도 맛이 없고 잠도 달지 않으니
이보다 더 고달픈 삶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하십니다.

잠 못드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사람에게 길이 멀듯이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이에게
생사의 밤길은 멀고도 멀어라

또 이렇게도 법구경에 나옵니다.

활 만드는 사람은 활을 다루고
배를 만드는 사공은 배를 다루며
훌륭한 목수는 나무를 다루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를 다룬다

자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들도 다룰 수 있씁니다.

자기 속이 새카맣게 빛이 없으면
남들 속도 그렇게 새카만 줄 착각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됩니다.

생사의 멀고 먼 길을 가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도반은 우리가 힘들이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선물 받은 마음입니다.

이 마음 잘 길들여서 조어사가 되면
그 마음 경전으로부터 팔만사천 법문이
수처현청황 하듯 쏟아져 나옵니다.

사람마다 다 두개 눈이 있어
눈은 좌우 횡으로 째지고
코는 상하로 열려져 있으니
만가지 법이 다 둘이 아니어서
이 얼굴 하나와 심경으로 통합니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하루가 한살림입니다.

자신의 삶을 잘 가꾸어 온 제자를 보며
잔에다 자꾸만 무심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有一物於此 絶名相 貫古今 處一塵 圍六合
유일물어차 절명상 관고금 처일진 위육합

內含衆妙 外應群機 主於三才 王於萬法
내함중묘 외응군기 주어삼재 왕어만법

蕩蕩乎其無比 巍巍乎其無倫
탕탕호기무비 외외호기무륜

不曰神乎 昭昭於附仰之間 隱隱於視聽之際
불왈신호 소소어부앙지간 은은어시청지제

不曰玄乎 先天地而無其始 後天地而無其終
불왈현호 선천지이무기시 후천지이무기종

空耶 有耶 吾未知其所以
공야 유야 오미지기소이

여기에 한 물건이 있으니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다.

그러나 옛과 지금을 꿰뚫었으며
한 티끌에 처해 있으되 온 허공을 에워쌈이로다.

안으로 온갖 미묘함을 갈무리고
밖으로는 온갖 근기에 응하여,

하늘과 땅과 인간의 주인이 되며,
만법의 왕이 되나니

넓고 넓어 그에 비할것 없고
높고 높아서 그에 짝할것 없도다.

어찌 신비하지 아니한가.

부앙지간에 소소영령하고
보고 듣고 하는 곳에 은밀하니
어찌 현묘하지 아니한가.

천지보다 먼저 있으되 그 비롯함이 없고,
천지보다 뒤에 있으되 그 마침이 없으니

텅 비었다고 할 것이냐,
가득차 있다고 할 것이냐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노라."

-함허스님 일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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