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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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선물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수) 11 30, 2016 8:35 am

엊그제 모 단체 회를 마치고 헤어지는데
한분이 내게 무언가를 쑥 내미십니다.
받아 살펴보니 양털로 만든 가죽 장갑입니다.

내게는 별 필요치 않은 것이지만
외근하는 이들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며
다시 돌려드리니 받습니다.

그러더니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데
다시 손이 건네집니다.

아마도 산에 사는 스님의 겨울나기에
꼭 필요한 물건이다 싶어서 주는가 봅니다.

두번은 거절을 못하고 일단 받고
손에 한번 끼어 보니 따뜻하고 좋습니다.

대학생들 법회를 하면서 손이 시려워
장갑을 끼고 가서는 법우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외국인스님들 수행처 무상사에
주지 소임을 살던 스님이 입적하여 다비하던 날에도
장갑을 하나 선물받았습니다.
그 장갑은 털실로 짠 장갑입니다.

날이 차니 아마도 몇개를 사와서
인연이 닿는 분에게 주려고 가져왔나 봅니다.

한동안 잘 사용하였는데
한해가 지나고 장갑이 어디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싶던 때의 일입니다.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 가죽장갑 하나씩은 있느냐?
있다는 법우도 없다는 법우도 있습니다.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이지만
내가 하는 말을 한번 잘 생각해 보거라.

손에는 가죽 장갑을 끼고
몸에는 무스탕 가죽점퍼나 코트를 입고
치마나 바지도 가죽제품을 폼나게 입고
가죽으로 된 부츠나 구두를 신으며
머리에는 가죽 모자 방한모를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아름다운 미녀를.

거기다가 밍크목도리로 목을 보호하고
옆구리에는 악어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메고.

얼굴에는 소가죽으로부터 추출한
화장품을 이쁘게 바르고 다니면
이것이 사람이냐
가죽을 뒤집어 쓴 축생이냐.

잘때도 양털이나 오리털로 만든
이불이나 침낭을 뒤집어 쓰고 자니
이 어찌 제대로 된 삶이라 하겠느냐.

금생에는 사람으로 살지라도
후생이 가히 두려운 모습이 아니더냐.

하는 수 없이 가죽 제품을 한두개
사용하거나 소유할지라도
무릇 불자라면 가급적 가죽제품을
구입도 하지 말고 사용은 더더욱 안될 일인데
우리 학생 불자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ㅎㅎ 뭐라 답은 없어도
내가 이야기 하는 중간에 이미
내 말의 낙처를 알아챘을 지혜로운 학생들이기에
그 정도에서 마치기로 하였습니다.

이런다고 해서 면제품은
마구 써도 된다는 논리는 아니니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불자가 되면 좋겠다
하였습니다.

축생은 사람을 보며 사람 되기를 원하고
사람은 스스로 원한다 않으면서도
축생의 거죽을 뒤집어 쓰기를 좋아하니
다음생에서는 내가 기르는 짐승들과
몸을 바꿔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요즘은 애완용이니 뭐니 하여
집안에 십여마리 개와 고양이들을 기르며
자기가 엄마 아빠라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종종 티브이에서 보게 되는 세상이니
얼마나 사람의 정에 굶주린 사람들이
그런 해괴한 생활을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한마디로 개 집에 사람이 얹혀사는 모습입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절에도 가죽제품이 있습니다.
사물 가운데 하나인 북입니다.

그런데 이 북은 축생의 세계를 제도하고자 하는
불가 의식물의 하나인 까닭에 불가피하게 쓰지만
일부러 찾아내보자 하고 달려들기 전에는
가죽제품이 금방 생각나지 않습니다.

금으로 사경을 하는데 아교나 어교도
역시 축생과 민어로부터 추출한 것이군요.

수타니파타에 나오는 내용 가운데
예전의 바라문(성직자)은 생명을 아낄 줄 알고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였는데
바라문들의 타락이 시작되기 시작한 것은
동물을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한 때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타락해 왔을까.
그것은 경에서 볼 수 있다.

"경에 따르면
바라문이 타락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사를 들고 있다.
제사의식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기 시작하면서 타락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진언'을 만든 것이다.
베다경전을 독송하기보다 알아들을 수 없는
베다진언을 만들어 사용한 것이다.
다음으로 대규모 '동물희생제'를 장려 하였다.

그래서 바라문들은 왕에게
"당신은 재물이 많습니다. 제사를 지내십시오"
라고 제사공덕에 대하여 말하였다.

그러자 왕은 소 희생제,
말 희생제 등 갖가지 명목의 제사를 치렀는데,
제사를 치루고 난 후 모든 재물을 바라문에게 주었다.

그 결과 바라문들은
매우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제사를 주관하는
'제관(Brahmin)'이 된 바라문들은
재물을 축적하는데 재미를 붙여
더욱더 많은 제사를 치루게 되었는데,
그 규모가 갈수록 커져
소 등의 동물을 수백 수천마리나 죽이는
대규모 동물 희생제로 발전 되었다."

지금은 누구나 바라문이 아닌 사람이 없으니
이 생명의 고통과 아픔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불자들부터 시작합시다.
육식을 줄여 나가고
가죽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가축의 대량 사육을 하지 않는 등
실천가능한 가까운데서 시작합시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단 한사람이라도
고통받는 사람이 남아 있다면
그를 마지막까지 제도하고 나서야
성불하겠다 하는 대원을 세우셨으니
그런 불보살의 제자들인 석씨의 후예들은
마음 깊이 새겨나가야 하겠습니다.

돈과 물질이 풍요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도는 십만팔천리나 달아나 버리는 것
맑은 가난을 낙으로 삼아
도를 닦는 우리 불자들은
불보살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시도록
하나씩 고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선물받은 장갑 하나에
이렇게 궂은 말이 많았으니
참으로 쪼한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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