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과 파사현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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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과 파사현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에게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목) 02 09, 2017 6:19 am

화쟁과 파사현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에게

[릴레이기고] 우희종 서울대교수 “요승인가? 철부지인가?” 2015년 02월 25일

바른불교 재가모임을 준비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을 잘못 가르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종단 상황과 관계되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는 단지 서로 모여 탁상공론하는 것으로 전락한 대중공사의 참뜻과 더불어 화쟁이 있다. 최근 들어 원효대사의 화쟁이 외지에 나가서 꽤나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사람들이 화쟁을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지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종단의 자정과 쇄신을 담당하는 결사본부에 결사위원회와 화쟁위원회가 있고, 화쟁위원회에서 해온 일로 그동안 쌍용차 사태, 한진 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세월호 사태들을 대표적으로 거론한다. 더 나아가 그런 활동이 곧 종단의 자정과 쇄신을 표방하는 결사와 같다는 주장마저 한다. 그러나 이는 원효가 말한 화쟁을 알지 못하는 것이며, 승속을 떠나 불조와 조사를 욕되게 하고 한국불교의 전통을 모르는 언행에 불과하다.

본디 화쟁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이야기에 있듯이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런 주장은 ‘옳지만 맞지 않음’을 지적한 후, 서로 열린 자세를 통해 각자의 모습과 한계를 인정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전체에 대한 총체적이고 바른 시각을 도출함으로서 다양한 의견과 관점에 의한 모순과 대립을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회통해 풀어가는 것이 화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으로서 화쟁의 전제다. 과거 다양한 경전 해석과 의견으로 시끄러웠던 대립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원효대사에 의해 명쾌히 제시된 화쟁은 아무리 진지한 자세로 임한다한들 상황이나 사물의 본질과 모습은 각자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달리 말하면 화쟁은 요익중생을 위해 진리를 향한 진지한 마음과 열정을 전제한다. 그렇기에 비록 대립 과정에서는 더욱 시끄러울지는 몰라도 진리나 고통 속의 중생을 위한 진지한 마음을 통해 서로 회통되는 결과로 마무리될 수 있다. 화쟁은 절충이나 타협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각자의 좁은 세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대립 상황이 치열한 구도의 마음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탐욕과 의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종단에서 화쟁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쌍용차 사태, 한진 중공업, 제주 강정마을, 세월호 사태 등을 보면, 이것은 동일한 대상에 대한 각각 다른 해석이나 관점의 충돌로 인한 화쟁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사회의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이 빚어낸 구조적 착취로 인해 생겨난 왜곡된 갈등 구조이다. 이런 상황에 있어서 양쪽이 납득하는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극한 대립을 막는 것으로 화쟁의 성과라고 내세운다면 이는 스스로 한국불교를 욕되게 하는 짓이다.

특정 계층, 집단, 혹은 개인의 욕심과 의도 속에 생겨난 대립 상황에서 탐욕을 지니고 착취하는 자들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서로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무마하는 것을 화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사기이자, 기만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과도한 욕심과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이들의 모습을 밝히고 그들이 자신들의 욕망에 닫혀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어 배제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탐욕과 의도가 배제되지 않으면 결코 바람직한 타협과 절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정 상황에 개입된 탐욕과 의도의 실상을 밝혀서 배제하고, 닫힘에서 열림으로 펼쳐서 요익중생으로 가는 첫걸음이 파사현정이다.

그렇기에 단지 욕망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그럭저럭 타협하고 절충하는 수준이라면 노무사들 수준에서도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화쟁이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된 불가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귀신 굴에 들어앉은 무골호인 식의 세속 구호로 전락시키는 행위다. 물론 3.1운동 정신이란 제국주의 탄압에 대항한 민초들의 저항정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종교 화합정신이라고 주장하는 종단이다 보니 파사현정이 무엇인지, 진정한 화쟁이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신도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새롭지는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양보한다 해도 파사현정이 선행되지 않는 화쟁이란 탐욕으로 가득한 기득권자들의 합리화 논리로 한국불교의 전통인 화쟁을 변질, 타락시키는 것이요, 그런 논리로 보호받는 기득권 속에 무사안일로 배불리고 세월을 보내는 자들의 구호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화쟁을 외치는 자들로 인해 사회와 종단에 고통이 강화되고 있으니, 승속을 떠나 이를 알고 그랬다면 사기꾼이자 요승이요, 모르고 그런다면 몽매한 중생이자 철부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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