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스님의 12시의 노래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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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조주스님의 12시의 노래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수) 06 21, 2017 10:07 am

1.雞鳴丑 <닭 우는 축시>
愁見起來還漏逗/ 裙子褊衫箇也無/
袈裟形相些些有/ 褌無腰褲無口/
頭上靑灰三五斗/ 比望修行利濟人/
誰知變作不喞溜

일어나 앉아 다시 엉망임을 한탄한다.
裙子 編衫(속옷류)은 하나도 없고
가사만은 그 형상이 조금은 남아 있다.

허리 없는 잠방이와
발 들일 데조차 안남은 고의!
머리에는 비듬이 몇 말은 될 것이다.
수행해서 중생제도 해보려던 노릇이
누가 알았겠나,
이 어처구니없는 꼴이 될 줄을...

2.平旦寅 <새벽녘 인시>
荒村破院實難論/ 解齋粥米全無粒/
空對閑窗與隙塵/ 唯雀噪勿人親/
獨坐時聞落葉頻/ 誰道出家憎愛斷/
思量不覺淚沾巾

황량한 마을의 엉망인 절 처지는 말도 못한다.
아침 죽에는 쌀알이라고는 구경할 수 없으니
창과 그 틈새의 먼지나 바라볼 수밖에.

참새 찍찍대고, 친한 사람 없어서
혼자 앉아 거듭되는 잎 지는 소리 듣는다.
누가 말했나,
출가자는 憎愛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눈물이 나 손수건을 적신다.

3.日出卯<해 뜨는 묘시>
淸淨卻翻爲煩惱/ 有爲功德被塵幔/
無限田地未曾掃/ 攢眉多稱心少 /
忍耐東村黑黃老/ 供利不曾將得來/
放驢喫我堂前草

청정함이 도리어 번뇌가 된다.
유위의 공덕들은 티끌에 묻히는 법.
그래서 무한의 田地는 비질한 적이 없다.

눈썹 찌푸림 많고 흐뭇한 일은 적은데
못 견딜 것은 동촌의 새카만 황씨 노인

공양이라곤 가져온 일 없으면서
노새 가져다 우리 절 앞 풀을 뜯어 먹인다.

4.食時辰 <식사 때인 진시>
煙火徒勞望四鄰/ 饅頭餑子前年別/
今日思量空嚥津/ 持念少嗟歎頻/
一百家中無善人/ 來者祇道覓茶喫/
不得茶 飮去又嗔

이웃들의 밥하는 연기를 바라 볼 뿐이다.
만두, 찐 떡은 작년에 작별했는지라
생각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正念 붙들지 않고 투덜대기만 하는 중
백 호나 되는 이웃에는 착한 사람 없다.

오는 자는 차를 내놓으라고만 하다가
얻어먹지 못하면 돌아가며 성을 낸다.

5.禺中巳 <해가 높이 뜬 사시>
削髮誰知到如此/ 無端被請作村僧/
屈辱飢悽受欲死/ 胡張三黑李四/
恭敬不曾生些子/ 適來忽爾到門頭/
唯道借茶兼借紙

머리 깎고, 누가 알랴.
이 지경에 이를 줄이야.

어쩌다가 청함 받아 시골 절에 살게되니
굴욕과 굶주림에 죽을 지경이다.

키다리 張三과 껌둥이 李四
그들은 눈곱만큼이나마 나를 존경한 적이 없다.

아까도 왔는가 싶더니만
차를 꿔달라,
종이를 꿔달라고 떼만 쓰네.

6.日南午 <해가 정남에 오는 오시>
茶飯輪還無定度/ 行卻南家到北家/
果至北家不推註/ 苦沙鹽大麥醋/
蜀黍米飯虀萵苣/ 唯稱供養不等閑/
和尙道心須堅固

차고 밥이고 빙빙 돌아 정한 법도가 없다.
남쪽 집에 갔다가 북쪽 집에 들렀더니
그 집에서는 밀어내지는 않는다.

쓴 소금에 새큼한 보리
수수쌀 밥에 상추 김치 내놓고는
말하기를 공양은 등한히 할 일 아니니
도심이 견고해야 하느니라고 충고를 하는구나.

7.日昳未 <해기우는 미시>
者回不踐光陰地/ 曾聞一飽忘百飢/
今日老僧身便是 /不習禪不論義/
鋪箇破蓆日裡睡/ 想料上方兜率天/
也無如此日炙背

이때에는 음지 그늘 땅을 밟지 않기로 한다.
한번 배부르매 백번 굶주림을 잊는다더니
바로 오늘 이 노승의 몸이 그러하네.

선禪도 닦지 않고 경經도 논하지 않나니
헤어진 자리 깔고 햇볕 쐬며 낮잠을 잔다.

생각커니 저 하늘의 도솔천이라도
이처럼 등 구워주는 햇볕은 없으리로다.

8.晡時申 <해저무는 신시>
也有燒香禮拜人/ 五箇老婆三箇癭/
一雙面子黑皴皴/ 油麻茶實是珍/
金剛不用苦張筋/ 願我來年蠶麥熟/
羅喉羅兒與一文

오늘도 향 사르고 예불하는 사람은 있어
노파 다섯에 혹부리 셋이라
한 쌍의 부부는 검은 얼굴이 쭈글쭈글

유마차油麻茶라! 참으로 진귀하구나
금강역사여, 애써 힘줄 세울 필요없다네

내 바라건데,
누에 실 얻고 보리 익거든
라훌라(석가의 아들)에게 돈 한푼 주어 봤으면.

9.日入酉 <해지는 유시>
除卻荒涼更何守/ 雲水高流定委無/
歷寺沙彌鎭常有/ 出格言不到口/
枉續牟尼子孫後/ 一條拄杖麤楋藜/
不但登山兼打狗

쓸쓸함 제외하고 달리 무얼 붙들랴
고매한 운수납자의 발길 끊어진지도 오래인데
절마다 찾아다니는 사미승은 언제나 있다.

단 한마디 말도 격식을 벗어나지 못하니
석가모니를 잘못 잇는 후손이로다.

한가닥 굵다란 가시나무 주장자는
산에 오를 때뿐만 아니라 개도 때린다.

10.黃昏戌 <황혼녘 술시>
獨坐一間空暗室/ 陽燄燈光永不逢/
眼前純是金州漆/ 鐘不聞虛度日/
唯聞老鼠鬧啾喞/ 憑何更得有心情/
思量念箇波羅蜜

컴컴한 빈방에 홀로 앉아서
너울거리는 등불을 본지도 오래이고
눈앞은 온통 깜깜한 칠흑일세

종소리도 못듣고 그럭저럭 날만 보내니
들리는 소리라곤 늙은 쥐 찍찍대는 소리뿐
어디다가 다시 마음을 붙여볼까나
생각다 못해 바라밀을 한차례 떠올려본다.

11.人定亥 <잠자리에 드는 해시>
門前明月誰人愛/ 向裡唯愁臥去時/
勿箇衣裳著甚蓋/ 劉維那趙五戒/
口頭說善甚奇怪/ 任你山僧囊罄空/
問著都緣總不會

문앞의 밝은 달, 사랑하는 이 누구인가
집안에서는 오직 잠자러 갈 때가 걱정이러라.
한벌 옷도 없으니 무얼 덮는담

법도를 말하는 유가劉家와
계율을 논하는 조가趙家
입으로는 덕담을 하나 정말 이상하도다.

내 걸망을 비게 하는 건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인연법을 물어보면 전혀 모르네.

12.半夜子 <한밤중의 자시>
心境何曾得暫止/ 思量天下出家人/
似我住持能有幾/ 土榻床破蘆蓆 /
老楡木枕全無被 / 尊像不燒安息香/
灰裡唯聞牛糞氣

마음경계 언제 잠시라도 그칠때 있던가
생각하니 천하의 출가인 중에
나같은 주지가 몇이나 될까

흙자리 침상 낡은 갈대 돗자리
늙은 느릅나무 목침에 덮개 하나 없구나

부처님 존상에는 안식향安息香 사르지 못하고
향로 속 재에서는 쇠똥냄새만 나네.


120세를 살다 가신
조주 고불의 살림입니다.

어찌 이리 글이 재미있고
사는 모양이맛이 있는지
마치 시원한 사이다라도 한잔 마신 듯.

청빈낙도란 이걸 두고 말함인가요...

다시 돌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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