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좋은 벗이 바로 누구입니까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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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COLON (목) 06 16, 2016 12:03 pm

그 좋은 벗이 바로 누구입니까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일) 06 18, 2017 10:21 am

율곡 이이는 한때 불가에 몸을 담아
금강산에서 수행하다가 다시 산문 밖으로 나간 사람입니다.

그가 약관의 20여세 초반에
퇴계 이황이 있는 곳을 찾아 뵙고
3일간을 머물며 지은 시가 아래입니다.

溪分洙泗派(계분수사파) - 시냇물은 수사(중국의 강)에서 한갈래로 합친듯하고
峯秀武夷山(봉수무이산) - 드높은 봉우리는 무이산처럼 수려하다
活計經千卷(활계경천권) - 사람 살리는 천권의 글을 다 경영하니
行藏屋一間(행장옥일간) - 비록 고요한 뒷방 한칸에서 홀로 숨어 지내지만
襟懷開霽月(금회개제월) - 달이 구름 이불 헤치고 천하를 밝히듯
談笑止狂爛(담소지광란) - 웃으며 나누는 대화에 광풍같은 불꽃이 이네
小子求聞道(소자구문도) - 제가 구하는 것은 대도를 듣고자 함이오니
非偸半日閑(비투반일한) - 한나절 헛되이 보냈다고 여기지 마시옵소서

율곡이 퇴계를 처음 만나고서
얼마나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는지
가히 알수 있는 글입니다.

또 이이의 방문을 받고
시를 나눌 때에 퇴계의 나이가 58세였다는데
퇴계는 다음과 같은 시를 답합니다.

퇴계 또한 율곡의 사람 됨됨이를 알아 보고
공부인으로서의 각자의 역할과 도리를
함께 밝혀 나가자 격려하고 있는 모습이니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病我牢關不見春(병아뢰관불견춘) - 병들어 문 닫고 봄빛을 못 보다가
公來披豁醒心神(공래피활성심신) - 공을 만나 도담 나누니 아픈 몸이 쾌차하다
始知名下無虛士(시지명하무허사) - 이름난 선비 처음 만남이지만 허언이 아니었으니
堪愧年前闕敬身(감괴년전궐경신) - 지난 세월 공부함에 소홀하였음이 부끄러워라
嘉穀莫容梯熟美(가곡막용제숙미) - 아름다운 알곡에 잡것 먼저 익게 하지 마오
纖塵猶害鏡磨新(섬진유해경마신) - 새로 만든 거울에는 먼지 한 점도 흠이 되오
過情詩語須刪去(과정시어수산거) - 정이 담긴 지나친 시어는 깎아버리고
努力工夫各日親(노력공부각일친) - 힘써 함께 공부하여 천하에 빛이 되자오

부처님에게도 가섭존자와 아난 등 십대제자가 있으며
공부자 대성에게도 안회와 자로 등 십철이 있지만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뜻이 맞는 지음지기를 만나는 것은
일생에 몇번 만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합니다.

수행에 좋은 벗 마음에 맞는 도반을 얻음은
이 공부의 길에 있어서 전부를 다 얻은 것과 같다
라고 아난존자에게 말하시는 부처님을 생각합니다.

그 좋은 벗이 바로 누구입니까.

바로 나 입니다.

우리들 각자 자신이요
우리가 만나는 두두물물이 모두 좋은 벗이고
머무는 자리가 법이 머무는 전당이며
산천 초목과 검은 바위 하나하나가
부처와 탑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높이 지은 건물조차
세상을 밝히는 탑이 됩니다.

좋은 벗은 멀리 있지 아니하고
오랜 시간 지나 만나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제일 좋은 벗이며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와
내가 머무는 공간의 모든 생명이
내게 진정한 좋은 벗입니다.

매일 부처의 집에 자고
아침마다 부처의 집에서 문을 열며
만나는 이마다 부처를 만나고
하는 일마다 불사를 짓는 우리들
이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날인가요.

그저 한없는 몸짓 나투어
감사와 공경, 존경과 사랑 담은
마음에 백팔배 올려야 하겠습니다.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 잃은 자에게 길을 보여 주듯이,
또는`눈있는 사람은 빛을 볼 것이다'
하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듯이,

당신 고오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당신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진리와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오타마께서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귀의한 신자로서 저희들을 받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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