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는 쇠퇴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lo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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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는 쇠퇴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화) 02 07, 2017 9:52 am

“승가는 쇠퇴하지 않고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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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스님/2000년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선원안거 후 일본으로 유학. 하나조노대학(花園大學) 대학원에서 범망경의 자서수계에 대한 연구로 2005년 석사학위를, 동 대학원에서 대승계와 남산율종으로 2008년 박사학위 취득,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역임, 현재 조계종 교수아사리. 저서로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계율과 불교윤리(공저), 번역서로 ‘출가, 세속의 번뇌를 놓다’와 ‘일일시수행’(근간)이 있다.

조계종 교수아사리 원영스님의 계율 칼럼’-칠불쇠퇴법-

우천 조완구(1881~1954)선생!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으로 일생을 오직 민족의 독립만을 위해 살다 가신 분이다. 광복 직후 민족분단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진 괴로움을 참으며 수십 년을 싸운 것은 나라 없는 백성이 될 수 없어서 발버둥친 것이지 우리나라를 여우의 손에서 뺏어서 이리나 늑대에게 나누어주려고 애쓴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종교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조완구(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2012)를 읽다가 임종 직전에 남긴 말씀에서는 부처님의 열반장면이라도 읽는 듯 목이 메었다.

“과거가 왜 이렇게 허무하게 생각되지? 지난 40년 동안 한 일들이 말이지.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또 누구의 칭찬이나 찬사를 받기 위해서 한 일도 아니고, 오직 우리 자신이 자신의 결심에 따라 떨쳐나서 이국만리 대륙의 도시와 촌락을 헤매고 다니며, 오직 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행복을 찾겠다고 싸워온 것인데…. 그것이 오늘은 왜 이렇게 허무하게 생각되는지 모르겠네. 결실을 보지 못하고 가야하니 그럴까.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싸우고 있는 오늘을 보면서 과거를 생각하니 그럴까. 오늘의 이런 현실을 보며 죽자고 40여년을 싸웠는가 생각하니 정말 허무하고 마음 아프고 서글프기만 하오.…통일, 통일…, 먼저 가네. 먼저 가.”

나라를 잃었을 때는 오로지 조국의 독립만이 목표였으나, 남북이 갈라진 직후에는 통일만이 단 하나의 목표였다. 허나 지금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더 많다. 설령 그렇다 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바른 정치, 공정 분배, 민족 통일’을 기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출가승단은 어떠한가? 불교도라면 누구나 ‘부처님 법이 쇠퇴하지 않고 오래토록 번영’하기를 바랄 것이다.

대반열반경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마가다국의 아자따삿투(Ajatasattu, 阿?世) 왕이 왓지(Vajji)족을 정복할 요량으로 왓사까라(Vassakara)라는 대신(大臣)을 부처님께 보내 그 의향을 여쭈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대신에게는 대답하지 않은 채 시자인 아난다를 보고 현재 왓지족 번영의 근거로써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일곱 가지 사항에 대해 묻고 확인한다. 그리고는 그들을 칭찬하며 출가자들도 그러한 행동을 따르면 결코 쇠퇴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신다.

승단을 유지하는 일곱 개 규범-마가다국 왓지족 규범이 모태-

부처님이 확인한 일곱 가지란,
“왓지족 사람들은 ① 자주 회의를 열고, 그 회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가. ② 함께 모여 일하고, 함께 행동하며, 해야 할 일을 하는가. ③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것은 깨뜨리지 않으며, 옛날에 정해진 오래된 법에 따라 행동하는가. ④ 노인들을 존경하고 환대하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⑤ 부인이나 여자아이를 폭력으로 끌어내거나 구속하는 일은 없는가. ⑥ 조상의 사당을 존중하고 공경하며 공양하고, 이전에 바친 올바른 공양물을 버리지는 않는가. ⑦ 참 수행자를 바르게 보호하고 수호하여 기쁘게 맞이하는가”이다.

이와 같이 왓지족 사회 전체를 아우르던 규범을 토대로 승가 또한 정법을 이 땅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을 제시한다.
① 출가자들은 자주자주 회의를 열고, 회의에는 항상 많은 대중이 모인다. ② 출가자들은 화합하여 모이고, 화합하여 행동하며, 화합하여 승가가 해야 할 일을 한다. ③ 출가자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정하지 않고 이미 정해진 것은 마음대로 깨지 않으며, 정해진 계율을 잘 지키고 실천한다. ④ 출가자들은 법랍이 높은 장로와 승가를 이끌어가는 자를 공경하고 대접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⑤ 출가자들은 윤회를 불러일으킬 갈애에 지배되지 않는다. ⑥ 출가자들은 숲속의 주처에 머물기를 바란다. ⑦ 출가자들은 각자 ‘아직 오지 않은 선한 도반들이 오고, 또 이미 온 선한 도반들은 쾌적하게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다.
이렇게 하면 승가는 결코 쇠퇴하는 일 없이 영원히 번영할 것이다. 이것이 ‘칠불쇠퇴법’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1986년 ‘위험사회’란 저서를 통해 서구를 중심으로 추구해온 산업화 과정이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하고, 현대사회의 위기화 경향을 비판하는 학설을 내놓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말하는 ‘위험사회’라는 개념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우리사회나 종교가 위태하고 위험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규범이면서 동시에 승가규범이었던 ‘칠불쇠퇴법의 정신’을 되새겨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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