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대사와 표충사-15 / 안거와 화두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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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와 표충사-15 / 안거와 화두공안

전체글글쓴이: lomerica » (수) 01 18, 2017 4:35 am

안거와 화두공안

한국불교에서는 처음 입산하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우리 절 문화 때문이다. 대개 다른 종교는 단계가 있다. 첫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과정을 밟아 가게 한다. 점수적(漸修的)인 방법이 대체로 보편적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특히 조계종의 절집 문화는 돈오적(頓悟的)이다. 설명이 없다. 행자로 입문했을 때도 스승이신 경봉 대선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사형들도 가이드라는 것이 없이 그저 따라 하는 것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절 문화는 금방 이해가 갔고, 적응이 되었다. 말없이 말없는 곳에 이른다는 선도리(禪道理)처럼 말이다.

사진1: 통도사 극락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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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께서 입적하시고 나니 이제야 스승의 그림자가 길었음을 느끼고 있다. 스승께서는 선교겸수(禪敎兼修)를 하신 분이다. 스승께서는 선사이면서도 교학(敎學)에 밝으셨는데, 통도사 조실로 계실 때나 극락암 호국선원 조실로 계실 때나 항상 경전적 근거에 의해서 설법을 하셨다. 스승께서는 화엄교학에도 밝으신 분이었다. 스승께서는 견성한 후에, 화엄산림법회를 열어 직접 《화엄경》을 대중들에게 강설하였고, 이런 전통은 지금까지도 통도사의 가장 큰 법회로 정착되어 있다. 스승의 영향은 제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형들도 보면, 대개 선을 닦지만, 교에도 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글씨도 제법 쓰는 것을 보면 스승의 가르침과 영향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나도 선방에 걸망을 풀면서도 가능하면 경전도 일고 불서도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2: 대만 원광불학원(승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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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유학할 때는 중국어도 연수했지만, 중국의 선서를 많이 보고 한때는 장구(章句)에 집착한 적도 있었다. 근대에 이르러서 중국불교는 큰 혼란을 겪는다. 문화혁명 때 중국 본토 불교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중국 전통불교나 중국적인 문화는 고스란히 대만으로 이동했는데, 내가 대만에 유학을 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70년대 80년에는 중국을 가고자 해도 갈 수 없는 입장이었는데, 외교가 단절되어 있어서 중국본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차선책으로 대만행을 했는데, 작은 섬이지만 대만에는 중국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 불교에 있어서 대만은 중국 불교 2천의 역사를 그대로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중국 본토의 숭산 소림사는 선종의 조정(祖庭)이지만, 무술의 본산으로 소개되고 선은 무(武)의 한 방법인 것처럼 오도될 지경이었다.

사진3: 중국 소림사에서 무예를 익히고 있는 무승(武僧)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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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불교는 사실, 선 보다는 교학이 강하다고 해야 하겠다. 중국 전통의 선종불교는 오히려 한국불교에서 더 잘 유지해 나가고 있다고나 해야 할 것 같다. 결제해제도 한국불교에서 더 잘 지켜가고 있다고나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결제해제라고 하지만, 불교용어로는 안거(安居)라고 한다.

남방불교에서는 여름 한 차례만 안거를 행하며, 북방불교에서는 여름 3개월 동안 행하는 하안거(夏安居)와 겨울 3개월 동안 행하는 동안거(冬安居)가 있다. 즉 1년에 두 번 안거를 행하게 된다. 인도에서는 바라문교에서 안거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비구(比丘)들이 여름에 행각하다가 폭풍우를 만나고 초목과 벌레들을 살상하여 비난을 받았으므로 여름에는 외출을 금지하고 수행을 하게 한 것이 불교 안거의 기원이다. 안거의 원래 뜻은 우기(雨期)를 뜻하고, 이러한 우기에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불제자가 한곳에 모여 조용히 도심(道心)을 일으켜 수행하게 된다. 안거의 시기에 관하여서는 기록에 의하면 ‘4월 16일부터 시작하여 7월 15일에 끝난다.’ 하고, ‘그 다음날 16일을 자자(自恣:스스로의 잘못된 점을 반성함)의 날로 삼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4월 16일에 결제(結制)하여 7월 15일 해제(解制)하는 안거제도를 따르는 하안거와, 10월 16일에 결제하여 다음해 1월 15일에 해제하는 동안거를 채택하여 행하고 있다. 그리고 안거기간 동안은 한곳에서만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몇 안거를 났느냐 함이 곧 승려의 수행이력이 되기도 한다. 안거하는 동안 화두공안을 드는데, 화두공안은 무려 1천 7백가지나 된다. 한국불교에서는 조주선사의 ‘무(無)’자(字) 화두와 ‘시삼마(是甚麽)’(이뭐꼬) 공안을 많이 든다.

불교종파 가운데서도 특히 임제종(臨濟宗)에서 선(禪)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정진(精進)을 돕기 위해 사용하는 간결하고도 역설적인 문구나 물음으로 선가(禪家)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깨침을 얻도록 인도하기 위해 제시한 문제, 즉 인연 화두(因緣話頭)라고도 한다. 화두(話頭) 또는 공안을 풀기 위해 분석적인 사고와 의지적인 노력을 다하는 동안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져 직관수준에서 적절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준비가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재약산인: 도원 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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